Djangogirls Seoul 운영진에 합류하다.
2018년 3월, 아직은 따뜻해지지 않았던 봄에 장고걸스 서울 의 새 운영진을 모집한다는 공고가 올라왔다. 장고걸스 서울은 내가 아는(힐끔 엿봤던) 그 어떤 커뮤니티보다 다정했고, 내가 사회에 기여하고 싶은 가치와 목적이 일치하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지원서를 썼다. 신논현역 할리스에서 첫 미팅을 할 때쯤에는 트렌치 코트를 입을 수 있는 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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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고걸스의 목적
장고걸스의 목표는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IT 업계로 진출하고자 하는 여성들을 돕고 Python/Django 커뮤니티의 다양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장고걸스는 기술은 모두의 것이며, 누구나 필요한 것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를 위해 여성들을 위한 프로그래밍 워크샵을 개최하고, 교육 자료를 공동 제작 및 무료 배포함으로써 여성들이 기술에 좀 더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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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고걸스에 지원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처음으로 혼자 웹 사이트를 만들 때 장고걸스 튜토리얼로 장고를 배웠습니다. 개발 도중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는 장고걸스의 슬랙에 물어봤고, 심지어 어떤 한 분은 저를 오프라인으로 만나 코드를 봐주기도 하셨습니다. 프로그래밍을 배울 때 많은 사람들이 초기 장벽에 부딪히는데, 제가 받았던 것 그대로 다른 사람들에게 돌려주고 싶습니다. 그 때의 작은 도움이 얼마나 큰 용기가 되었는지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많은 여성들과 여자 아이들이 기술을 배워서, 자신과 세상을 더 나은 쪽으로 만드는 일에 함께하고 싶습니다.
4월 세미나, Real Python 티켓을 하루만에 마감시키다.
주제는 Real Python으로 4명의 연사자분들이 현업에서 사용하고 계신 Python/Django 관련 경험들을 발표하는 세미나 였다. 페스타를 통해 오픈한지 하루만에 마감되었고 연사자 발표 자료 리뷰, 홍보 포스터 제작, 기업과 출판사에 후원 요청, 행사 당일 저녁 식사 및 간식 준비, 큐시트 작성 등 팀으로 나눠져서 빠른 속도로 일을 처리했다. 그리고 난 당일 행사의 사회를 맡았다.
- Python/Django를 이용한 쇼핑몰 구축 (조영영님/@인테이크)
- 잔소리의 자동화 (문성원님/@스포카)
- 파이썬으로 4년째 먹고사는 중 (양민지님/@아민파트너스)
- Pragmatic Python (황성현님/@레이니스트)
오프닝 멘트, 각 연사자분들의 순서마다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소개 및 마무리, 디스플레이 화면 조작 등을 혼자 진행하느라 살짝 정신이 없긴 했지만 그만큼 연사자분들의 발표를 가까이서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발표는 조영일님이 발표해주신 Python/Django를 이용한 쇼핑몰 구축이었다. 이 때는 Django를 막 공부하고 있을 때여서 내가 몰랐던 기능(이미지 서빙 방식, 모델 분리 방법 등)을 듣는게 꽤 재미있었다. 다른 연사자분들은 코딩 컨벤션, 단위 테스트,파이썬을 실용적인 코드를 작성하는 법 등을 설명해주셨다. 난 아직 코드를 효율적으로 작성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단계보다는 일단 잘 돌아가는 코드를 짜자!의 단계여서.. 조금은 멀게 느껴졌다. 언젠간 나도 고품질 코드를 짜리라!
그리고 난 행사 내내 왠지 모르게 계속 뭉클했었는데, 저녁 7시에 교복을 입고 달려와 구글 캠퍼스를 가득 채운 여학생들 때문이었다.아마 참석자 중 여고생들의 비율이 최소 25%는 되었을 것이다. 내가 그들의 나이였을 때는 공부하기 싫어서 매번 야자를 째고, 무엇을 하고 놀아야 잘 놀았다고 소문이 날지 고민하며 살았는데. 이 친구들은 벌써 진지하게 나의 직업, 어떤 일을 하게 될지, 다음 스텝은 어떻게 밟을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라이트닝 세션에서는 나도 함께 그들의 고민에 대답하고 들으면서 우리가 함께 나아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외 다른 참석자분들도 연사자분들의 발표를 굉장히 진지하게 들어주셨고 반응해주셔서 세미나 분위기가 봄처럼 따뜻했다. 내가 꿈꿨던 장고걸스 서울이었다. 그리고 완연한 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