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변화 속에 중심을 잃지 않으려고 애썼던 2019년
12월이면 의례적인 인사로 ‘시간이 너무 빨라’ 라는 말을 주고 받는데 그게 영 싫지만은 않다. 지나온 날들을 꽉꽉 채워서 보냈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 그리고 연말 분위기 🎄는 너무 사랑스럽잖아! 다시 출근하기까지 딱 일주일 남은 이 시점에 올해의 굵직굵직한 일들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1. 커리어 전환,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무엇보다 올해의 가장 큰 사건은 초,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교육 컨텐츠를 만들고 강의하던 교육자에서 보다 전문적인 기술적 커리어를 쌓고 싶은 마음에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전직에 성공한 것이다! 3월 말에 퇴사를 했고 4월부터 9월까지는 코드스쿼드라는 기관에서 집중적으로 프론트엔드 분야를 탐험했다. 10월부터는 함께 공부한 친구들과 프로젝트를 진행 하는 동시에 회사에 지원하기 시작, 12월이 되기 전에 최종 합격 메일을 받을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잘 되어서 다행이지만 결과와 상관 없이 취업의 과정을 조금 더 짚고 넘어가고 싶다.
사실 처음에는 진행하고 있던 프로젝트를 완성하고 취업 준비를 할 계획 이었지만, ‘완벽한 준비란 없어! 일단 도전해보자’ 라고 생각을 바꾸고 지원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평정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합격 메일과 불합격 메일이 동시에 오기도 하고, 첫 면접을 망치고 나오던 길에 또 다른 회사의 면접 제의 전화가 걸려오니 솔직히 흔들리더라. 나 자신을 PR 하는게 이렇게나 피곤한 일이라는 것을 느끼기도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하는게 이기는 것이라는 걸 또 한 번 배웠다.
모든 사람이 날 좋아하지 않듯이, 모든 회사가 날 원하지 않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니까. 다만 날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듯이 분명 또 어떤 회사들은 나를 원한다. 떨어지는 서류와 나에게 별 관심 없는 듯한 면접관의 태도에 상처 받기 보다는 실패의 경험에서 개선할 점을 하나씩 찾아 나갔던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취업이라는게 내 시장 가치를 업계에서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준비가 탄탄할 수록 합격하는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은 당연하지만 허허)
Thanks to. 자신이 다니는 회사 또는 지인이 다니는 회사에 아무 의심없이 추천해주고 적극적으로 도와준 친구들. 누군가가 날 믿어준다는 사실이 용기를 잃지 않을 수 있는 이유였어요. 고맙습니다!
2. 늙은 강아지를 보살핀다는 것
우리집 강아지는 14살이다. 노견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올해는 정말 야속하게도 노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 같았다. 뒷다리 힘이 약해져서 볼 일을 보고 잘 일어나지 못해 버둥거리다 온 집안을 똥바닥으로 만들어 놓기도 하고, 공간 지각 능력이 떨어져 구석에 들어가 멍하니 있기도 하고 내 옆에만 꼭 붙어 있는 아기가 되어 버렸다. 사람과 강아지의 시간의 속도가 다른게 너무나 서글퍼서 이루루라는 이름만 이야기해도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날들.
이런 사건들이 있을 때 마다 우리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고 하나씩 해결해 나가고 있다. 집의 구조를 바꿔 독립적인 공간을 만들어 주고, 너무 오랜 시간 혼자 있지 않도록 약속 시간을 조절하는 등 라이프 스타일이 많이 바뀌었다. 쉬는 날이면 밖으로 돌아다니는 타입이였는데 완전 집순이 됨. 난 너에게 최고의 파트너가 될 수 있도록 언제까지나 최선을 다할거야. 아프지 말고 따뜻하게 의지하며 살자!
3. 여전히 빠질 수 없는 페미니즘
페미니즘 주제의 책을 찾아서 읽으려고 하지는 않는데 신기하게 1년에 1권씩 우연히 찾아온다. 뭐랄까 저 책들이 빨리 나를 읽어줘! 라고 소리치는 느낌? 2017년에는 ‘82년생 김지영’이, 2018년에는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가, 2019년에는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이 왔다. 그리고 이 책들을 통해 매년 생각의 점들이 이어지고 행동이 조금씩 변화하는 것을 경험한다. (책에 대한 느낀점을 쓰는 글은 아니니 줄거리는 생략)
내가 만약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진다면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편이 아닌 내가 높은 확률로 겪게 될 일들을 미리 알 수 있어서,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을 거부하는 일에 익숙해지고 있다. 나아가 올해는 화장을 한 날이 7일도 채 안되는 것 같고 항상 활동하기 편한 옷으로만 골라입는다. 더이상 립스틱을 집에 두고 온 날, 점심시간에 올리브영으로 달려가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아 !!! 그래도 아직 한참 멀었음.
올해 읽은 책은 경제적, 사회적인 권력 이외에 성(性)적인 권력과 그로 인한 폭력과 억압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너무 넓은 이야기이니 개인적으로만 접근해보자면 남녀관계에서 결정권을 빼앗겼을 때 어떤 것들을 잃게 되는지 잊지 말기를. 내가 이성적으로 느끼는 성을 가졌다는 사실 만으로 상대를 잠재적인 연애 상대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은 넓고 이성보다 재밌고 멋진 것은 많아
4. 재밌고 행복했던 일들
- 코드스쿼드 팀 프로젝트와 컨트리뷰톤 mocha팀
코드스쿼드 과정 끝나고 팀 프로젝트를 함께한 앨런, 왕민, 잉글비! 그리고 컨트리뷰톤 mocha 팀. 올해 기술적인 스킬과 협업 과정에서 날 가장 많이 성장하게 도와준 고마운 분들. 새벽 늦게까지 화상 회의하고, 모각코 했던 순간들을 잊지 않아야지
- 술의 세계
좋아하는 사람들과 술을 많이 마셨다. 집에서 중국 음식을 실컷 배달해 고량주 마시기도 하고, 막걸리도 종류별로 마셔보고, 한강에서 포트와인까지! 아 최애 수제 맥주집도 두 곳이나 발견했네. 지금보다 주량이 2배 였다면 인생이 4배는 즐거웠을 텐데 억울하다 억울해 엉엉 내년에도 좋아하는 사람들과 진지하면서도 깔깔 거리는 시간을 많이 보내고 싶다.
- 여행
퇴사하고 갔던 치앙마이. The North Gate Jazz Co-Op는 왜 떠나기 전날에 겨우 간건지!
부모님 봬러 하노이, 데미랑 나트랑 가서 올해에는 베트남만 두 번 갔다. 공부하면서 틈틈히 국내 여행도 다녔는데 봉화군의 비나리 마을도 강원도 원주의 더뮤지엄도 너무 좋았지. 그럼에도 내 best 여행지는 2017년 소아랑 갔던 미국 서부 여행인데 난 3박 4일 정도 보다 일주일 이상씩 가는 긴 템포의 여행을 더 잘 맞는 것 같다. 땅 덩어리도 큰게 좋고. 호주나 캐나다에 가보고싶어
- 잘 산 아이템
첫 번째 이미지는 이솝(Aesop)의 세럼과 수분크림. 스킨 로션 대용으로 쓴다. 색조 화장품을 거의 사지 않으니 스킨 로션은 좋은거 쓰고 싶었고 심지어 이솝은 동물 실험 X, 100% 식물성 성분으로만 만들어서 꼭 사용해보고 싶었다. 향, 제형감 모두 기대 이상이라 아끼는 사람들 선물로 주고 싶은 아이템! 추천
그리고 뒤늦게 산 보스 QC35 II.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 가지고 싶었는데 취뽀하고 스스로한테 주는 선물로 샀다. 보스 없었으면 어떻게 살았나 하던데 앞으로 없으면 못살 듯. 집은 원래 워낙 조용해서 잘 안쓰게 되는데 카페에서 코딩할 때 빛을 발한다. 헤드폰 사니까 노캔 이어폰도 가지고 싶네 … 나란 인간
5. To be continued
올해 프로그래밍을 본격적으로 하면서 발견했던 개인적인 장점은 어떻게 살리고, 미숙함은 어떻게 보완해 나갈지. 내년의 계획들은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정리해봐야겠다. 모두 Good Luck! 🦄